조선족: 어제의 동포, 오늘의 적

글 정슬기2023년 7월 25일ENGLISH


한국은 전 세계에서 온라인 매체에서 신문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 중 하나로 그 소비 방식도 독특한 양상을 띈다. 한국에서 가장 큰 검색엔진 기업인 ‘네이버'처럼 한국의 검색엔진은 다양한 매체에서 제공받는 기사를 선별해 제시하는 방법으로 독립적인 온라인 뉴스 플랫폼을 댓글란과 함께 운영하는데, 기업의 방임으로 인해 댓글란은 부적절하고 혐오적인 발언으로 쉽게 들끓는다. 최근 온라인 댓글에선 누리꾼들이 다른 사람의 의견이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때 서로를 '조선족' - 한국의 마지막 왕조인 ‘조선'에 민족을 의미하는 ‘족’을 더한 단어 - 으로 부르며 한국 대중의 의견을 조작하려고 한다고 주장하는 움직임이 있다.

상기 그래프를 위한 자료는 극우 성향의 남성 회원이 주류인 온라인 야구 동호회인 엠엘비파크(MLBPARK)에서 수집되었다. 본 그래프는 ‘조선족' 단어 언급량이 코로나 판데믹이 시작된 2020년을 기점으로 약 5배 수직상승 했으며, 2021년 잠시 하락한 듯 보였으나 2022년에는 다시 2020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하였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55개의 소수민족 중 하나인 한국계 중국인으로 정의되는 조선족은 본래 경멸적인 명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재 낮춰부르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비하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조선족이라는 단어가 쓰이기 전에 그들은 동포라고 불렸기 때문이다. 같은 어머니 배에서 나온 형제자매를 뜻하는 단어인 동포는 재외한인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단어로 널리 쓰였으나 상기 그래프가 드러내듯 최근 몇 년 동안 동포라는 명칭에 내포된 포용성과 친밀성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중국계 동포라는 명칭은 조선족에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우리가 한 때 한민족이라는 획일적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믿었던 조선족에 대한 이 엄청난 부정적 감정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보수진영의 반중운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치솟던 2020년 3월, 악명 높은 극우 포럼인 일베의 한 익명의 이용자는 본인은 조선족이며 온라인 상에서 중국 친화적인 게시물과 댓글을 작성하여 한국 국민을 정치적으로 분열시키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보수 언론 매체는 이를 빠르게 포착하였고 소위 차이나게이트로 불리는 이 사건은 신문의 표제를 장식했다.

인터넷 뉴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혐의를 부인하며 자료공개를 통해 중국발 IP 사용자가 전체 사용자의 0.5%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했지만 현 국민의힘이자 전 미래통합당은 이에 굴하지 않고 2020년 3월 형사고소를 제기했다. 소위 차이나게이트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이 기사가 마지막으로 갱신된 2023년 11월까지도 발표되지 않았다.

극도로 배타적인 사회가 목격한 최초의 이민자

많은 학자들은 한국에서는 편견과 차별의 메커니즘이 다르게 작동한다고 말한다. 서양에 문을 열던 초기 한국은 서구의 눈으로 동양을 타자화하는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을 내면화했고, 이를 통해 세계를 인식하는 것이 물질주의와 인종주의로 귀결되었다고 지적한다. 이는 중국을 원시적이고 야만적이라고 묘사하는 일부 한국인에 일부 설명할 수 있지만, 한국의 뿌리를 가진 중국인이 특별히 표적이 되는 이유를 제시하기엔 부족하다.

다른 설명도 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외국인 집단인 조선족은 폐쇄적인 한국 사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외부인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표면으로 드러나거나 제대로 다루어진 적 없는 인종차별을 다른 이민자 집단보다 먼저 겪는다는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이민자들은 한국인의 눈에 거의 띄지 않았다. 이들은 오랫동안 교외의 공장이나 농촌에서만 존재하며 한국인이 선호하지 않는 비가시적이며 노동집약적인 분야에 종사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재외동포의 출입국 및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조선족들은 이 암묵적인 규칙을 깨고 외국인에게 금단의 장소으로 여겨지던 공간에 넘쳐나고 섞여들기 시작했다. 한국어에 능통한 이유로 한국인과 밀착하여 일해야 하는 간호, 서비스 분야나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서 특히 환영받았기 때문에 조선족은 기타 국가 출신의 외국인보다 한국 사회에 빠르게 스며들 수 있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4.37%로, 그 중 중국인이 37.8%를 차지했고, 베트남, 태국, 미국 등이 뒤를 이었다. 조선족이 속한 중국인은 외국인 거주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전체 인구의 1.65%에 불과하다. 한국이 아직도 얼마나 동일한 속성의 집단으로서 존재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예술은 어떻게 조선족에 대한 선입견을 강화했나

2010년대에 제작되고 조선족이 극중 등장인물로 등장한 18편의 주류 영화를 분석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조선족이 등장인물로 나오는 주류 영화는 총 18편 제작되었다

그중에서 오직 다섯 편의 영화만이 조선족을 '보통' 사람들, 혹은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했지만, 친근한 평범한 이웃으로 묘사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나머지 열세 편의 작품은 조선족을 악당, 암살자, 인신매매범, 깡패, 도둑 및 서류미비외국인 등으로 묘사했다

2010년대 한국은 문화적 전성기를 맞이했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창의적인 케이팝 음악과 오리지널 쇼 각광받기 시작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걸출한 영화를 생산하는 문화강국으로 떠올랐다. 특히 2019년에는 봉준호 감독의 자본주의 풍자영화 '기생충'이 프랑스 칸느와 미국 오스카상을 휩쓸며 2010년대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매우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성숙한 예술을 세계에 선보이고 있을 때에도, 한국 영화산업 내부에서는 이주민을 무감각하게 묘사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조선족 이주민 단체는 2017년 영화 <청년경찰>이 조선족에 대한 증오를 조장하고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에 불필요한 긴장을 조장한다는 집단성명을 내고 즉각적인 극장 상영 중단을 촉구했다. <청년경찰>은 조선족 이주민들의 주요 거주지역인 서울 대림동에 배치된 젊고 거침없는 두 한국 남자 경찰이 심지어 현지 경찰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조선족의 비열한 범죄를 발견하는 이야기를 그린 버디캅(buddy cop) 영화다.

실제로 조선족이 높은 비율로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는 인식은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경찰청이 발표한 2022년 범죄통계에 따르면 중국 범죄율은 1.2%에 그쳤고, 강력범죄로 좁혀도 1.17%에 불과하다. 중국인이 전체 인구의 1.6%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인이 저지르는 범죄 건수는 확실히 높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사회적으로 보면 마이너리티가 범죄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도 그렇고. 그래서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걸 묘사하려다 보니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 같다”며 살인자 캐릭터를 조선족으로 등장시킨 영화 <희생자>의 곽경택 감독이 말했다. “현실적으로 담기 위한 선택이다. 차이나타운의 이미지를 포기할 수 없었다. 사실 재일동포, 재중동포, 카레이스키 등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언젠가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고, 그걸로 미안함을 갚고 싶다”고 그는 덧붙였다.